이외수라는 작가에게 깊은 호감을 가지게 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8년 전, 그의 에세이 <감성사전>을
읽고 난 후 부터입니다. 샛노랗고 조그만 양장본 안에 들어있는 2백편의 백모래 같은 글귀들.
일상의 평범함을 그토록 서정적이고 아름답게 풀어낼 수 있는 그의 감성이 부럽고 또 부러웠습니다.
그 이후 <그대에게 던지는 사랑의 그물>을 시작으로 그의 책들을 꼼꼼히 챙겨보기 시작했고 그 가운
데 <겨울나기> <칼> <장외인간> <벽오금학도> <들개> <글쓰기의 공중부양> 등의 책을 사 모아 간
직하고 있습니다.
이외수의 신간 <하악하악>은 그가 운영하는 마이크로블로그 "이외수 PlayTalk" 에 올려진 글 가운
데 네티즌들의 열화와 같은 댓글로 인정받은 글들을 가려 펴낸 것이라고 합니다.
그의 블로그를 구독하지 않는 저로서는, 오래간만에 지면으로 다시 만나는 그에게서 많은 변화가 느껴
집니다. 마이크로블로그를 사용한다는 것에서부터 예상되는 그의 변화가 그의 글에서 생생히 묻어납니
다. "쩐다" "대략난감" "캐안습" "즐!"이라는 목차만 보아도 그렇고, "아놔" "조낸" "쩝이다"와 같은 글귀
를 보아도 그렇습니다.
"인터넷에서 하악하악이 대세라니까 나도 해본다. 하악하악 ... 하악하악. 뭐냐 이건, 두루마기
를 휘날리면서 할리데이비슨을 타는 기분이로군!"
사춘기 아들과 대화를 시도하기 위해 십대들의 은어를 남몰래 배운 아버지에게서 느껴지는 어색함과,
한편으로는 기성세대의 권위를 벗어던지고 흔쾌한 마음으로 한바탕 즐겨보려는 푸덕함과 유쾌함이 함
께 느껴집니다.
<감성사전>으로 고운 감성을 풀어내던 그가 이렇게도 도발할 수 있다니 그야말로 "하악하악"입니다.
물론, 이외수 특유의 유머와 재치 그리고 촌철살인의 꼬집기는 예전 그대로입니다.
"인간은 '알았다'에 의해서 어리석어지고 '느꼈다'에 의해서 성숙해지고 '깨우쳤다'에 의해서
자비로워진다. 그런데도 제도적 교육은 후덜덜, 죽어라 하고 '알았다'를 가르치는 일에만 전념
한다. 즐!"
이 책이 좋은 또 하나의 이유는 이외수의 글과 함께 수록된 65마리의 민물고기 삽화에 있습니다.
정태련 씨가 그린 세밀화로, 한국의 민물고기들을 되살리고자 3년간 전국의 산하를 떠돌며 그려낸 그림
이라고 합니다. 정말 어떤 녀석들은 금방이라도 비늘을 튕겨낼 것만 같이 생생합니다.
(솔직히 읽는 동안 여러번 회땡겼습니다... 특히 210p 묵납자루...;;;)
작가 이외수를 사랑하는 분이라면, 한 번 집필을 시작하면 수개월이 지나도록 머리를 감지않는 그의 괴
벽을 이해하는 분이라면 꼭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하악하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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